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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레의 스피치 타임 guere speech

게임은 어떻게 나의 인생을 파괴적으로 망쳤나.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든 분들에게 선사하는 글.

게임 중독자의 삶을 겪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의 광신도였습니다. 말 그대로 미쳐있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욕구가 엄청났는데 엄격했던 부모님 때문에 성인이 되기 전까지 주말 하루 2시간씩 밖에 게임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억제는 게임에 대한 갈망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게임을 하지 못하는 평일, 학교나 학원에서 하루 종일 게임에 대한 상상을 했고 머릿속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뮬레이션을 하며 노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20살이 되자 부모님의 억압이 풀렸습니다. 거실에 있던 컴퓨터가 방안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집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대학교에 통학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이 일찍 끝난 날, 수업이 늦게 시작되는 날, 공강이 생긴 날 모두 PC방으로 향했습니다. 끼니를 해결하라고 하루 5000원씩 주셨던 부모님의 용돈을 컵라면, 삼각 김밥으로 때워가며 PC방에 쏟아부었죠.

이러한 중독 증세는 군대에 가서도 여전했습니다. 외출이나 외박에 나서는 날은 하루 종일 PC방에 처박혀있었고 돌아와서는 군 업무용 컴퓨터로 게임하는 상상을 하며 힘든 군생활을 버티곤 했습니다. 

전역을 하고 나서도 저의 중독은 이어졌습니다. 전역한 뒤 반학기 남은 대학 생활을 이수하며 반년 정도는 게임에 미쳐있다가 조금씩 정신을 차려 음악 활동에 몰입하기 위해 차근차근 줄여나갔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완전 게임과 절연 선언을 했습니다. 

 

게임 중독의 위험성


저의 집이 금수저여서 경제적 상황이 튼실했고 꿈이나 목표가 없이 하루의 행복에 만족하는 인간이었다면 아마 평생 그렇게 살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명확한 꿈이 있었습니다. 돈을 휩쓸고 인기를 휩쓰는 래퍼가 되겠다는 목표였습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나갔고 공연 활동도 했으며 마이크를 사서 집에서 가사를 쓰고 녹음하여 비공식 앨범도 발매하곤 했죠.

 

그러나 쾌락의 노예였던 저는 조금이라도 작업이 힘들어지고 창작의 고통에 힘겨워지면 바로 게임으로 도피했습니다.

 

그곳에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뚜들겨 상대의 캐릭터를 죽이고 실력을 뽐내며 우월감을 느끼고 바로 바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단순 보상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게임 역시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았지만 현실보단 훨씬 쉽고 재밌었기 때문에 이미 중독된 저는 저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악순환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후유증처럼 남아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단순 보상에 만족하게 된 저는 장기적 보상을 보지 못하고 단기적 보상에 굴복하는 인간으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뇌의 보상 체계를 정상적으로 회복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게임은 우리가 중독될 수 밖에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현실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성장 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반면 게임에서는 EXP라는 형태로 경험치를 수치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이 현실보다 가상 현실인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게임은 정직한 노동입니다. 자신이 행한 노동의 대가가 경험치라는 형태로 바로바로 환급되어 정확하고 객관적인 레벨로 측정하여 축적되게 하죠.

 

또한 한 번 레벨을 높게 올리고 능력치를 올리면 그 수치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됩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이 게임 내에서 상위 클래스의 존재로 육성해놓기만 한다면 그 능력이나 레벨이 하락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으로 힘들게 몸을 만들어 놓아도 그 몸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힘든 강도의 운동과 식단을 평생하지 않는다면 다시 원래의 몸으로 회귀하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게임 중독자였지만 다행이도 제 안엔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인생의 의미를 알고 싶다는 큰 욕구가 남아 있었습니다.

 

스물 중반이 넘어가자 게임을 하고 나면 이전과 달리 기분이 찝찝하고 우울했습니다. 그때부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이 혼돈에 변화가 생기길 노력했습니다.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인내력을 단련시키고 보상 체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힘겹게 해냈고 결국엔 게임을 완벽히 끊어냈습니다. 


저의 경험을 토대로 제가 게임을 끊어낸 몇 가지 메커니즘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건강하게 게임을 즐긴다면 상관없겠지만 자신이 게임을 통제하지 못하고 게임이 자신을 통제하는 사람들에겐 효과적인 방법이라 자신합니다. 

첫 번째로 의무/보상 체계의 회복입니다. 

게임 중독자들은 단기적 보상에 취약합니다. 당장 컴퓨터 전원을 켜서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엄청난 쾌락이 자신을 기다립니다. 이들에게 장기적 보상을 위해 하루하루를 참아내고 의무적 일과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힘듭니다. 이제부터 자신에게 너무 쉽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보상을 선사하지 마세요. 이제부터 자신의 인생을 회사라고 가정합시다. 당신은 회사의 사장입니다. 뇌는 당신의 부하 직원입니다. 부하 직원이 일도 하지 않는데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준다면 당신의 회사는 망할 것입니다. 당신에게 쾌락을 선사하는 모든 것을 의무적 일과를 마친 뒤에 받는 보상으로 인식되게 자신을 프로그래밍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 목마를 때마다 물처럼 마시던 콜라는 정해진 1시간 독서를 마친 뒤에 보상으로 마십니다. 성욕을 해소하고 싶다면 사전에 계획한 힘든 운동을 마치고 해소합니다. 이러한 의무/보상 규칙을 절대적 규율로 삼아 삶에 적용시켜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에 적용해나가면 쾌락에게 넘겨줬던 본인 삶의 통제권을 서서히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환경 설정입니다. 

당장 컴퓨터에 있는 모든 게임을 삭제합니다. 인간은 환경에 의해 지배받습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기 통제력이 강한 사람은 사실 욕구를 인내하거나 참는 능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인내할 필요가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게임 계정을 삭제하고 컴퓨터 내에 게임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본인에게 게임에 대한 욕구가 끓어오르는 요소들을 전부 배제합니다. 게임 중독에 빠졌지만 퇴근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힘쓰고 싶은 사람들은 퇴근 후 평소 게임을 즐기던 본인 방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말고 카페나 독서실에 나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사람의 뇌는 평소 퇴근 후 실컷 저녁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즐기는 일련의 과정이 자동화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뇌에 새로운 프로그래밍을 입력할 차례입니다.

 

[기존 퇴근 이후 삶의 프로그램]

저녁 식사 후 책상에 앉는다.(신호) - 배부른 배를 두들기며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시작한다.(행동) - 신호와 행동을 일주일, 한 달 반복한다.(반복) - 저녁 먹고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게 습관이 되어 자기 계발에 몰두할 시간이 없어진다.(결과)

 

[새롭게 설계하는 퇴근 이후 삶의 프로그램]

저녁 식사 후 카페에 간다.(신호) - 책을 읽는다.(행동) - 신호와 행동을 일주일, 한 달 반복한다.(반복) - 뇌에 새로운 프로그래밍이 입력되어 이제 식사를 한 뒤 자연스럽게 카페에 나가 책을 읽게 된다.(결과)

 

카페에 나가지 않으면 이상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일단 해당 환경에 자신의 몸을 밀어 넣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단 그 환경에 도달하십쇼. 너무 힘들다면 처음에는 환경에 도달하는 것만을 목표로 잡고 다음 날은 책 10분 보고 집 가기. 그다음 날은 책 20분 보기, 다음 주부터는 책 40분 보기, 다음 달부터는 책 1시간 보기.

난이도를 점진적으로 증가시키십쇼. 이것은 일종의 습관 형성의 메커니즘입니다.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이런 글 몇 번 읽고 결심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라면 이 세상에 나쁜 중독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욕구와 쾌락에 본인 삶을 지배하도록 두지 말고 본인 인생의 목표와 길을 꼭 찾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